정민영의 보르도 샤토 방문기 (3)

2021.04.12 최고관리자
프랑스 0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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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네 개 하면 떠오르는 것은?
독일 자동차 아우디(Audi).
각 대륙을 상징하는 동그라미 다섯 개를 묶어놓은 것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올림픽.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대회. 1988년 한국에서도 열렸고, 앞으로 한국에서 한 번 더 올림픽이 개최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올림픽이 열리는 대략 15일 동안에 TV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부분이 “오늘의 메달 집계 현황”인데, 각 나라 출전 선수들이 획득한 메달을 보기 좋고 이해하기 쉽게 도표로 소개해 준다. 

도표를 자세히 보면 순위, 국가 명, 금, 은, 동과 함께 메달의 숫자가 적혀있다. 그런데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하는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금메달의 가치가 그것이다. 은메달 39개, 동메달 160개를 획득한 국가 보다 금메달을 1개 획득한 국가의 순위가 도표의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서 한국 금메달 1, 은메달 0, 동메달 0 이라고 하고, 일본 금메달 0, 은메달 32, 동메달 49개라고 적혀있어도 순위는 한국이 일본보다 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만큼 금메달의 값어치가 다른 메달보다는 높다는 이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메독 지역은 마고(Margaux), 생-줄리앙(Saint-Julien) , 포이약(Pauillac)… 이런 식으로 세분화된다. 그 중에서 리스트락(Listrac)과 물리스(Moulis)라는 마을은 오 메독(Haut-Medoc)에 있다. 1855년에 그랑 크뤼 제도를 확립시킨 이후에 대부분의 그랑 크뤼 샤토들은 지롱드(Gironde) 강의 옆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리스트락과 물리스에는 좋은 와인이 많이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그랑 크뤼 샤토로 한 곳도 지정된 곳이 없다. 크뤼 부루주와(Cru Bougeois)라는 새로운 등급 체계에 속하는 와이너리들은 여러 개 있지만, 흔히 알고 있는 그랑 크뤼 샤토는 한 곳도 없기 때문에 조금은 소외된 지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은메달, 동메달은 많이 있지만 금메달이 없어서 순위에서 밀려난 듯한, 조선시대의 서자(庶子) 같은 취급을 받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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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30분에 샤토 예약이 잡혀서 일찌감치 봇짐을 챙겨서 리스트락에 위치한 샤토 푸르카 뒤프레(Château Fourcas Dupre)로 향했다. 1월에 샤토를 방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도착했을 때 샤토는 아주 고시원 내부처럼이나 조용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며 “아침 9시 30분에 예약이 되어있는 사람인데요.”라고 말하자, 여직원 한 명이 “네, 잠시만요. 저쪽에 있는 남자분이 오늘 안내를 해줄 겁니다.”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네~”라고 짧게 대답하고 문 밖에서 기다리려고 하는데, 노신사 한 분이 포근한 미소로 “어디에서 오셨어요?”라고 묻는 것이었다.“한국에서 왔고, 지금은 보르도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노신사 분은 “프랑스어를 아주 잘하시네요!”라고 좀처럼 듣지 못했던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는 사이 오늘 나에게 투어를 해줄 좀 덩치가 있는 사람이 오는 것이었다. 나도 한 덩치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덩치가 있다”는 표현은 자주하는 편이 아닌데, 내가 지금까지 다녀 본 샤토의 직원 치고는 나와는 어느 정도 볼륨이 맞았다. 

투어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조금 전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노신사분은 샤토 푸르카 뒤프레의 오너였고, 나에게 그날 투어를 해 준 사람은 와인 메이커였다.
 
와인 메이커는 다른 샤토와 같이 샤토 푸르카 뒤프레의 역사 이야기부터 시작을 했다. 
한가지 특이할 사항은 1855년에 그랑 크뤼 등급제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해 있던 호적등본을 떼보면 페이지 수가 많이 나오는 역사가 오래된 샤토이기도 하다. 1843년에 변호사를 하던 분이 밭을 구입을 해서 그 다음해부터 샤토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1855년에 프랑스 국제 박람회에 와인을 출품하기에는 포도나무 년도가 너무 젊었었을 수도 있다.
 
와인 메이커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니 많은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서, 와인 정화를 할 때 사용하는 계란 흰자를 구입할 때의 가격이라든지, 탱크를 청소하고 내보내는 물을 어떻게 정화를 하는지? 좋아하는 타입의 오크통은 어느 회사 제품이고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 와인 메이커는 본인의 철학을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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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의 한쪽 편에는 1950년도까지 사용했던 와인 생산 라인을 자그마한 와인 박물관처럼 꾸며 놓았다. 
예전에는 어떠한 도구를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었는지는 물론 엔진이 없었던 시절에 샤토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지혜와 수고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고 있었다. 

샤토 린치-바주에 있는 와인 박물관 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와인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그런 오래된 공간을 새로 리노베이션해서 확장하지 않고, 예전 그대로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것 또한 샤토 오너의 철학과 삶의 여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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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만 올림픽 메달 순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은메달 선수들, 동메달 선수들이 메달을 따기 위해서 노력한 부분 또한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와인에 대한 생각도 똑같다. 금메달 격인 그랑 크뤼도 좋지만, 와인 메이커의 철학이 와인에 담겨 있는 수많은 메달이 없는 샤토들이 생산하는 와인 또한 그랑 크뤼급 와인과 함께 무게를 재도 절대로 저울은 균형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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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정민영(Min Youn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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