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오주석의 나만 기억하는 그 순간
나만 기억하는 그 순간
남부 프랑스는 여행자에게 선망의 장소이다.
모든 여행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순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로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마르세이유, 톨룽, 칸, 니스, 모나코를 지나 망통까지 이어지는 프랑스 리비에라를 방문한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 시원한 바람, 온화한 기후, 밝은 햇살과 일출과 일몰이 제공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값진 경험에 대한 로망이 그 이유일 것이다.
이런 경험은 사람들 스스로만 기억하는 순간을 만나게 한다.
너무 볼 것들이 많아도 놓치게 되는,
너무 바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라도 짧고 강렬하게 남게 되는,
바로 그 순간.
그 찰나를 기록하려는 예술가들의 시도로 서양 미술사의 새로운 시대, 인상주의가 발현되었다.
출장.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인구가 몇만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시골 어촌.
마을의 원형 광장을 통하면 모든 길이 통하고
교회의 첨탑을 중심으로 길이 펼쳐지는 일반적인 유럽의 아주 작은 마을.
차를 타고 조금 나가면 바다를 만날 수 있고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언덕에 올라가면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함께
아기자기한 오렌지색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비즈니스 여행에는 언제나 적당한 긴장감과 빡빡한 일정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있다.
그래서, 별도의 시간을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바람처럼, 바쁜 미팅과 일정들 사이에서 잠깐 짬이 생겼다.
일 가운데 먹는 일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기에.
일행들과 우연히 들어간 노천의 동네 식당.
지역에서 나는 야채와 해산물로 만든 샐러드
푸근한 동네 인심으로 맛본 수제치즈
그리고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는 프로방스 로제 와인.
…….
해는 아직 서편으로 넘어가지 않았었다.
그렇다. 그 당시 태양은 여전히 머리 위에 떠 있었다.
그 짧은 찰라 내가 들고 있던 것은
마을 언덕에서 보았던 동네의 지붕에서 보았던 색상이었고
맞은 편 사람의 선글라스에 반사되어 비치는 햇살이었으며
시원함과 상큼함을 가득 담은 지중해의 바람이었다.
그것이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는 심장 박동 같은 에너지였다..
이것이 나와 프로방스 로제 와인과의 첫 만남이었고
남부 프랑스를 지인들에게 권하는 이유이며
매년 5월 첫 주가 되면 그 순간을 잊지 못해 햇살 가득한 노천 카페를 찾아 다니며
로제 있나요?를 남발하는 나의 변명거리이다..
이것은 누구에게 이해를 구하는 설득이 아니라
나만 기억하는 그 순간이다.
여러분들도
5월의 첫 주에, 그런 자신만의 순간을 만드시라.
어떤 로제 와인이라도,
햇살 가득한 오후의 당신과 너무 잘 어울릴 것이다.
<가로수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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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오주석 (Jooseok Oh)
TBWA Korea EXperience Content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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