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마데이라> 최태호의 Incredible Island, Wonderful Wine... MADEIRA!
Incredible Island, Wonderful Wine... MADEIRA!
마데이라는 자연이 준 선물이다. 바다와 함께 숲, 산, 계곡들이 하나로 연결된 채 펼쳐지는 풍경은 한없이 아름답다. 마데이라는 대서양에 위치한 포르투갈의 섬으로 포르투 산투(Porto Santo) 섬, 무인도인 데제르타(Desertas) 군도와 셀바젠(Selvagens) 군도들과 함께 마데이라 군도를 이루고 있다. 마데이라 군도는 지리적으로 보면 북아프리카 대륙에 속하는 모로코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600km 떨어져 있지만, 북동쪽으로 약 850km정도 떨어진 포르투갈의 해외령이다.
/마데이라의 전형적인 모습/
지난 5월 말 마데이라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 계기는 1년 전에 우연히 만들어진 인연에서 시작되었다.
작년 5월 말 포트 와인으로 유명한 빌라 노바 드 가야(Vila Nova de Gaia)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포르투갈와인 트로피의 심사 위원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포트 와인 협회를 방문했는데 매년 생산되는 와인의 성분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정리 보관하는 포트 와인 협회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에 깊은 감명을 받아 주정 강화 와인에 대한 관심을 더욱 많이 갖게 되었다. 마침 포르투갈 와인트로피의 심사 위원으로 참가한 마데이라 와인협회의 Educator이자 Head of Tasting Panel인 루비나 비에이라(Rubina Vieria)와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게 되었다.
두 달 후인 작년 7월에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와인 트로피에서 심사 위원으로 참가한 루비나 비에이라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데이라를 방문하면 1800년대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그녀의 제안은 그 후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 5월 28일부터 4일간 개최된 제2회 포르투갈 와인트로피에 다시 참가하게 되면서 이 와인품평회의 아시아 디렉터이면서 웹진 <더 센트>의 칼럼니스트인 박찬준 대표의 중개 역할에 의해 마데이라 와인 협회의 초청을 받아 마침내 마데이라를 방문하게 되었다.
수입사 ㈜아베크와인이 이미 마데이라의 유명한 와인 생산자인 Henriques & Henriques의 와인을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 작년 가을 대전에서 열린 와인행사에 참여했던 Madeira Wine Company Blandy’s Wine Lodge가 국내 와인전문가와의 교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 그리고 루비나 비에이라와의 인연 등이 유리하게 작용하여 함께 포르투갈 와인 트로피에 초대된 고재윤 한국 국제 소믈리에 협회 회장님, 조원태 WS통상 대표님과 마데이라를 방문할 수 있었다.
/왼쪽에서 두 번째는 마데이라와인협회의 Educator이자 Head of Tasting Panel인 루비나 비에이라,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마데이라와인협회 회장인 파울라 가바쑤/
/마데이라와인협회의 마케팅 담당자들과 함께/
마데이라 와인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예술품
마데이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포르투갈의 작은 섬, 관광지, 축구 영웅 호나우도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 마데이라 와인에 대한 책이나 자료가 거의 전무할 뿐만 아니라 평가 또한 신통치 않다. 하지만 나에게 마데이라는 내가 마셔본 와인들 중 가장 오래된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며, 마데이라 와인은 포도품종, 토양, 기후, 양조방식, 숙성 테크닉 등의 조화로 만들어진 특별한 와인이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믿을 수 없는 예술품이다.
자연이 준 아름다운 선물 마데이라, 이러한 자연환경과 함께 오랜 세월 인고의 시간으로 마데이라 와인을 만들어온 사람들과의 만남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며 와인에 대한 편견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마데이라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마데이라의 뿌리와 문화, 전통을 밝혀내는 것이며 마데이라 와인에 대한 독특한 경험과 질감, 맛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Henriques & Henriques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19c 말의 마데이라 와인/
일년 내내 온갖 꽃들로 가득하고 테라스식 포도밭이 많은 마데이라
미세기후의 특징을 가진 마데이라는 덥고 습도가 있는 여름과 온화한 겨울을 가지고 있으며, 포도재배 지역에서는 다소 습기를 띠거나 덜 건조한 기후가 대부분이다. 아열대기후인 이 섬의 대부분이 아직도 숲으로 덮여있으며 섬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하여 숲을 의미하는 마데이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일년 내내 초록빛에서 적갈색으로 시시각각 다양하게 변화하는 마데이라의 포도 재배 지역 풍경은 서막에 불과하다. 기암절벽들이 석재 벽처럼 둘러 쌓이고 해수면부터 산속 숲 꼭대기까지 발길 닫는 곳마다 섬 곳곳에 마치 계단 형태의 난간과 정원을 연상시키는 자연 그대로의 테라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마데이라 섬의 절경들이다. 전 세계에 뛰어난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마데이라 섬에 대한 악평들 또한 마데이라라는 이름을 가진 와인이 감수해야 할 부채이기도 하다. 반면, 가장 다양한 지역이라는 명성도 얻고 있다. 마데이라는 섬의 이름이자 와인의 이름이며 같은 운명을 가진 불가분의 관계이다.
마데이라의 포도 재배 지역은 가파른 산악 지형으로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근접한 바다, 기후조건 그리고 유일무이한 생산방식이 마데이라 와인의 독특하고 뛰어난 개성에 반영 된다. 토양은 현무암으로 된 화산토양으로 대부분 점토질 구조이며 화학적 관점으로 산도, 유기질, 마그네슘과 철분이 풍부하고 칼륨이 부족하며 인은 풍부하다.
/산 속에 있는 테라스식 포도밭/
깎아지르는 듯 가파른 절벽들만큼이나 짜릿한 산도를 가진 마데이라 와인은 오랜 세월 강렬한 온도로 열을 가하고 뜨거운 태양열을 받은 채 길고도 복잡한 숙성기간을 거친다. 이러한 자연환경과 오랜 시간의 노력만큼 깜짝 놀랄만한 복합적인 향과 맛을 지니는 마데이라 와인의 가격대비 품질은 가히 감동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투자대비 수익성에서의 비상업적인 요소 등으로 저평가되고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견과류, 초콜릿, 말린 자두, 살구와 같은 맛과 향이 가득한 경이로운 와인이다.
"Vinho da Roda" (ROUND TRIP WINE, 일주여행을 한 와인)
마데이라 와인은 포트 와인과 마찬가지로 주정 강화 와인이다. 마데이라 와인을 만들려면 와인이 완전 발효되기 전에 순수한 무색 포도 증류주인 브랜디를 첨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효모가 중화되어 발효가 중지되면서 단 맛이 나는 강화 와인이 남게 된다. 발효가 중지되는 시점에 따라 단 맛의 정도가 달라지며 그 시점 또한 양조되는 마데이라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다르게 된다. 1500년대 후반에는 주정강화 되지 않은 마데이라 와인이 아프리카, 인도, 남 아프리카로 가는 상선에서 열대 지방을 지나면서 찌는 듯한 무더위로 높은 온도에 노출되어 금세 망가지고 말았다. 17세기 이후 마데이라 와인의 주요 시장의 하나는 인도 제국이었다. 이러한 인도 제국에 대한 무역으로 마데이라 와인이 유명하게 되었지만 단지 2세기에 걸쳐 거래된 많은 수출 양 때문 만은 아니고 "Vinho da Roda"(Round Trip Wine)라는 명성 때문이었다.
17세기 후반부터 와인을 안정시키고 보존하기 위해 브랜디를 첨가하게 되는데 이들 중 배의 안정성을 위한 밸러스트(Ballast) 대용으로 사용되고 유럽으로 돌아온 일부 마데이라 와인은 출렁이는 배 안에서 적도의 열기를 받으며 몇 달씩 숙성이 빠르게 진행되어 품질과 복합미가 증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왕복 여행을 하면서 점진적으로 큰 온도 변화를 겪은 결과로 아름다운 복합미를 가진 채 숙성된 와인 "Vinho da Roda"(Round Trip Wine)! 세계 일주 여행을 한 마데이라 와인이 마데이라 와인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마데이라 와인을 항구에서 선적 준비하던 과거의 모습/
열에 의해 마데이라 와인의 품질이 향상되고 “Round Trip Wine”의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서 18세기 중반부터 마데이라 와인 생산자들은 Round Trip 방법과 똑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와인에 열을 직접 가하는 방법 혹은 구불구불한 구리동선을 넣어 그 안으로 뜨거운 공기와 수증기를 순환시키는 ‘에스투파쟁(Estufagem)’이라는 기술에 투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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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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