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이철형의‘Washington State Wine Experience’를 다녀와서

2021.04.17 최고관리자
신대륙 0 283


<‘Washington State Wine Experience’를 다녀와서>




와인업계 입문 15년 차에 처음으로 해외 와인 생산자 협회 초청으로 5박 6일 일정의 미국 ‘Washington State Wine Experience’를 다녀왔습니다. 전세계 10개국에서 51명을 초대한 행사였습니다. 

우리가 미국 와인 하면 캘리포니아 그것도 나파 밸리와 소노마 밸리 정도만을 떠올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와인 총 생산량의 약 90%를 캘리포니아 주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좀 더 아시는 분들은 피노 누아 생산지로서 오리건 주를 떠올리고…… 사실 제가 처음 와인 업계에 입문했을 때 미국에 워싱턴 주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워싱턴 주 이야기가 나오길래 미국 동부의 행정 수도 워싱턴이 속한 주인가보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지했었습니다.

^^ 체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체리가 미국의 워싱턴 주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깨달은 점과 지식 몇 가지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워싱턴 주는 캘리포니아에 이어서 와인 생산 2위,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와인 다수 생산
우선 워싱턴 주는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 서부지역 오리건 주보다 북쪽에 위치하고 캐나다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리고 스타벅스의 원조 매장이 있는 시애틀이 이 주의 관문인 셈입니다. 

시애틀에서 서부 쪽으로 캐스캐이드(Cascade) 산맥을 넘어가면 푸른 지역과 사막 같은 불모지가 확연히 구분되는 연간 평균 강수량이 150~400ml에 불과한 사막 같은 지형이 나타납니다. 연평균 강우량이 우리나라의 하루 폭우 량에 불과합니다.

 다행인 것은 빙하기 시대에 생긴 강이 이 지역을 돌아서 흘러가고 이 수자원을 이용하여 포도 이외에도 사과, 체리, 양파 같은 농산물을 생산합니다. 이 지역에 포도나무를 처음 심은 것은 1825년이지만, 본격적으로 포도가 재배되고 와인이 생산된 것은 캘리포니아 보다는 조금 늦은 1960년대 말부터입니다. 

급성장을 이룬 것은 1990년대 이후입니다. 비록 미국에서 와인 생산량 1위인 캘리포니아의 연간 생산량 420만 톤의 5.4%에 불과한 22만 7천 톤이지만 사막 같은 불모지에서 불과 30~40년 만에 미국 와인 생산량 2위에 등극한 곳입니다. 

그리고 와인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최근 6년간 프랑스나 이탈리아 심지어는 미국 내 나파밸리나 소노마 밸리보다도 90점 이상을 더 많이 받은 곳이 이 지역 와인들입니다. 평균 판매가도 타 비교 지역들보다 저렴하니 소위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들이 최근 들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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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주의 와인산지, 자료제공: www.washingtonstatewine.org/



워싱턴 주 와인의 75%를 생산하는 레드 마운틴(Red Mountain)이라는 지역의 맹주격인 샤토 생 미쉘(Chateaux Ste. Michelle)과 이탈리아 와인 르네상스의 대부 안티노리(Antinori)가 합작 투자하여 만든 와이너리인 콜 솔라레(Col Solare)와 같은 지역에 위치한 샤토 헤지스(Chateaux Hedges)는 꿈꾸는 자가 무엇을 이루어내는 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지역 출신인 남편과 프랑스 출신인 아내가 불과 30년 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허허벌판인 황무지에 앉아서 ‘여기에 와이너리를 만들 거야.’라고 한 꿈을 이루어낸 곳입니다. 이 분들 덕에 그 와이너리 안에서 보면 마치 프랑스 보르도나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주변 경관이 멋있게 바뀌었습니다. 이 곳뿐 아니라 워싱턴 주의 다른 와이너리들도 마찬가지지만 사람이 제대로 된 꿈을 가지고 평생을 노력하면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는 지를 감동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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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포도품종
두 번째 이곳의 위도는 오리건 주보다 높지만 낮 기온이 높고 일교차가 커서 전세계 각종 포도 품종이 모두 재배되고, 전통이 없는 지역답게 각종 최신의 과학기술이 도입되어 흥미진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미래에 어떤 맛과 향의 와인을 만들어낼까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이곳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은 리슬링(22.2%), 샤르도네(19.3%), 카베르네 소비뇽(18.6%), 메를로(16.3%), 시라(6.8%), 피노 그리(4.0%), 소비뇽 블랑(3.0%), 게부르츠트라미너(1.6%), 카베르네 프랑( 1.5%), 말벡(1.0%), 기타 레드 품종(3.4%: 산지오베제, 쁘띠 베르도, 그르나슈, 피노 누아, 무베드르 등), 기타 화이트 품종(2.4%: 비오니에, 슈냉 블량, 세미용 등) 순이고, 화이트와 레드가 거의 비슷하게 생산됩니다. 

기후적으로는 보르도나 캘리포니아보다도 한여름의 낮 평균 기온이 높지만 일교차 역시 커서 모든 포도 품종의 와인에서 산도가 확 느껴집니다. 그리고 3M 와인이라고 말벡, 메를로, 무베드르의 블렌딩 와인이 생산될 정도로 새로운 블렌딩의 와인들이 생산되기도 합니다. 

이들을 시음하면서 가끔 시음회에서 남은 와인으로 국적 불명의 그러나 흥미진진한 블렌딩을 해보고 싶은 욕구를 조금이나마 충족시킬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의 김치독이나 장독처럼 토기를 이용하여 발효하면 어떨 지에 대해서도 연구 중입니다. 우리나라 와인들도 발효와 숙성을 토기를 이용해서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미 시도하고 있는 국내 생산자분들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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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투어는 힘들지만 특별한 와인을 발견하는 기쁨도 선사
세 번째는 투어 중에 페이스북에 열심히 일정에 따라 죽~~ 올렸더니 “부럽다”, “여행가는 기분이겠다”, “맛있는 것 다양하게 접할 수 있고” 등등의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막상 오전 8시경에 출발하여 오전에 세미나와 테이스팅, 점심 먹으며 또 테이스팅, 오후에 이동하여 테이스팅, 그리고 저녁 먹으며 또 테이스팅으로 5일을 보내보시면 이것이 얼마나 중노동이고 정말 체력과 집중력의 싸움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또 한편으론 세계 유명 와인 평론가들의 집중력과 그 체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중노동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여러 와인을 시음하다 보니 그 중에서 군계 일학처럼 확연히 차별화되는 와인들을 발견하는 기쁨도 누리게 됩니다. 바로 이런 와인들이 세계적인 품평 대회에 나가면 입상을 하는 것이겠지요.

앞으로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과연 다시 가고 싶을까 라고 약간의 두려움도 남게 되는 그런 기회였습니다. 물론 다양하고도 새로운 경험을 한 것은 행복한 일이기는 했지만..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 기회가 되시면 이런 중노동(?)에 참여해보시길 기원합니다. 무엇이든지 노력하지 않고 피곤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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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철형 (Chul Hyo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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