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A Homage to Hermann Hesse – Part III 베네치아 관광하기(1)
A Homage to Hermann Hesse – Part III 베네치아 관광하기(1)
많은 예술가, 음악가, 문학가들에게 영감을 준 ‘물의 도시’ 베네치아!
여러 영화의 촬영장소로도 등장하는 베네치아!
어쩌면 이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연인들의 도시!
예술 작품의 인쇄물을 판매하는 한 미국회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Romantic Oil Paintings 부분에 소개된 작품들 중에서 가장 클릭수가 많은 작품의 리스트 Top 10을 작년 발렌타인 데이에 즈음하여 미국 언론에서 발표한 적이 있었어요.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가 1875년 9월 친구와 함께 베네치아를 다녀온 직후 그린 <베니스의 대운하(Le Grand Canal à Venise)>가 9위에 랭크 되었답니다. 사실 이 뉴스를 접하고는 많이 놀라지 않았어요. 1위에 오른 구스타브 클림트(Gustav Klimt)의 <키스(Der Kuss)>에서처럼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동시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로 베네치아 자체가 너무나 낭만적이기 때문입니다.
마네는 파란색을 많이 사용했지요. 그래서 이 작품은 ‘블루 베네치아’라는 부제목을 갖고 있어요.
그로부터 140년이 지난 지금의 베네치아도 파란색으로 이미지화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작은 운하들과 그 사이를 다니고 있는 곤돌라의 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매년 사순절 전날까지 10여 일 동안 열리는 베네치아 카니발에서 화려한 가면과 의상들이 등장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입니다. 반면에 빈센트 반 고흐가 1888년에 그린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Nuit étoilée sur le Rhône>을 한 번 비교해 보아요. 마네가 베네치아의 밤을 그렸다면 이와 유사하게 그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네치아의 관광은 하늘에서부터
저는 베네치아의 관광이 하늘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베네치아의 마르코 폴로 공항에 착륙하기 전에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베네치아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베네토 주의 주도인 Metropolitan city로서의 베네치아가 아니라 그 일부에 속하는 Old city(comune)로서의 베네치아는 118개의 섬, 175개의 운하, 그리고 398개의 다리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것들을 내려다보면 아래에서 무엇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가슴이 설레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진정한 베네치아 관광은 평범함을 요구한다
마르코 폴로 공항에 도착하면 이곳에서부터 산마르코 광장이 있는 베네치아의 메인 섬으로 배를 타고 갈 수 있어요. 심지어는 수상 택시도 탈 수 있지요. 그러나 이건 시간을 단축해줄 수는 있겠지만 재미가 없어요.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 여행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로마 광장(Piazzale Roma)으로 가서 이곳에서부터 목적지까지 수상버스인 바포레토(Vaporetto)를 타는 것이 낭만적입니다.
바포레토가 출발하여 베니스의 운하에 들어서면서 베네치아의 낭만적인 느낌을 얻기 시작합니다. 실내의 의자에 앉아 있고 싶지 않고 바람을 쐬며 서있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로마 광장에서도 수상 택시를 탈 수 있지만 베네치아 관광의 낭만은 역시 바포레토 없이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알프스를 경주용 차와 같은 승용차로 질주하느냐, 오래된 오픈카를 타고 천천히 알프스의 파노 라마를 즐기느냐의 문제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노란색으로 표시된 바포레토의 승강장에서 내리면 숙소까지 걸어야 해요. 베네치아의 메인 섬 내에는 다른 교통 수단이 없어요. 심지어는 자전거도 볼 수 없습니다. 여행 가방을 끌고 숙소로 향하거나 숙소를 떠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되고 본인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부유한 사람들도 가방을 끌고 다녀야 해요. 베네치아의 관광을 얼마나 잘했느냐는 누가 많이 걸었느냐의 문제와 다를 바가 없어요.
많이 걸어서 심지어 베네치아 인들이 살고 있는 게토 같은 곳으로도 가봐야 운하와 다리가 어우러져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입술을 연상시킬 모습도 볼 수 있고, 윤동주의 시 <빨래>를 연상시키는 서민적인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빨래줄에 두 다리를 드리우고
흰 빨래들이 귓 속 이야기하는 오후
쨍쨍한 칠월 햇발은 고요히도
‘낯선 나’의 모습을 찾기 좋은 베네치아
다음 편에 소개할 리알토 다리 부근처럼 복잡한 곳을 걸으며 전 세계에서 찾아온 많은 관광객들과 옷깃을 스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베네치아의 풍경 속에 꼭 ‘나’를 그려 놓고 싶은 곳을 찾아보는 것도 베네치아에서의 재미입니다.
많이 걷다 보면 의외로 그런 곳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여기저기서 팔고 있는 가면을 하나 사서 쓰고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아니 못했던 행동을 하며, 그래서 ‘낯선 나’, ‘내 안에 잠재하고 있던 나’의 모습을 보는 것도 베네치아가 가능하게 해줍니다. 와인 애호가라면 국내에 별로 수입되지 않은 소아베(Soave) 와인을 이곳에서 실컷 마셔보는 것도 흥미로워요. 소아베는 베네치아가 속해 있는 베네토 주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이니까요.
정여울 작가는 <헤세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그(헤르만 헤세)는 패키지 여행식의 상투적인 코스가 아니라 온몸의 감각을 집중시켜 그 장소의 아우라를 느끼는 여행을 꿈꾸었다. 그는 베네치아의 유명한 풍경보다는 수많은 석호들 사이의 풍경을 하나하나 몸으로 느끼는 밤바다의 뱃놀이를 선택했다. 물속에 손을 넣어 돌과 흙을 직접 만져보며 ‘베네치아의 빛’을 만드는 그 모든 것의 소리를 들었다.”
이런 식의 여행을 많이 한 탓에 헤세 당신은 ‘흰 구름(Weisse Wolken)’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할 수 있었지 않았나요?
“오랫동안 돌아다니지 않고
온갖 시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구름을 이해할 수 없지,
방랑의 기쁨을.”
+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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