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난영 소믈리에의 Citta del Vino 시리즈(2) 이탈리아 와인문화의 산실 – 치타 델 비노(Città del Vino) 와인협회

2021.04.25 최고관리자
이탈리아 0 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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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소믈리에의 Citta del Vino 시리즈(2)

이탈리아 와인문화의 산실 – 치타 델 비노(Città del Vino) 와인협회



약 한 달 전에 이탈리아에서 ‘Palio delle Botti(나무통 굴리기)’ 경주가 있었다베네토 주 북동부에 있는 빗토리오 베네토’ 마을에서 열렸는데 두 명으로 이뤄진 한 팀이 돌멩이가 박힌 자갈길을 보테(와인숙성에 사용하는 나무통)를 굴리면서 달리는 경주다보테 한 개의 무게는 80kg. 각 조의 선수들은 이 무게를 굴려서 1,2km 거리를 완주해야 한다올 해에 첫 번째로 결승선을 넘은 팀은 마조라 마을에서 온 선수들이며레프론토로와 겜메 마을 팀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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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빗토리오 베네토에서 열린 ‘Palio delle Botti(나무통 굴리기)’ 경주

(사진제공치타 델 비노 협회) 


올해로 11번 째를 맞이하는 나무통 굴리기 시합은 Città del Vino 이탈리아 와인협회(Wine Cities Association, 이하 치타 델 비노 협회’)가 개최 및 후원하는 행사다금년의 개최지인 빗토리오 베네토는 프로세코 와인의 생산지이며 지난 10년 간 치러진 경주도 가티나라수베레토마조라 등 와인이 주요 관광자원인 도시들이다. 치타 델 비노 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로서 칼리치 디 스텔레(Calici di Stelle)’도 있는데 한 여름 밤에 열리는 시원한 와인축제다이탈리아 최대 와인관광 홍보단체인 ‘Movimento Del Turismo’와 공동 개최하는데 보통 8월 둘째 주에 열리며 이 기간에 이탈리아 20개 주의 수 백여 개의 와인도시는 일시에 축제 무대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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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 델 비노가  매년 8월에 개최하는 칼리치 디 스텔레’ 와인축제 로고(사진치타 델 비노 협회 제공)

 

바롤로는 달빛 아래 재즈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프란차코르타 스푸만테 마을들은 치아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스푸만테와 여름 별미 냄새로 가득 찬다와인이 익어가는 냄새가 배어있는 와인 셀러에서 갖는 낭만적인 저녁식사는 인기를 독차지 하는 이벤트로 자리잡았고그란 카날레(대운하따라 늘어진 테이블 위를 점령한 수 백 종류의 와인은 베네치아로 당장 달려가고 싶은 유혹을 일으킨다끼안티 클라시코 언덕의 밤하늘을 뒤덮은 페르세우스 유성우 천체 쇼를 보면서 마시는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별 만큼이나 특별하다.


이탈리아에는 토종 품종 수만큼 많은 와인관련 단체들이 존재한다. 400여 개의 와인 콘소시움각종 와인 교육기관 및 와인협회 그리고 와인 관련 관광단체 등 이탈리아는 와인 정보의 홍수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급 물살에 휩쓸릴 위기에 처한 수재민을 구하러 오는 구명보트처럼 치타 델 비노 협회는 정보 과다라는 함정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빼내려고 내미는 믿음직스런 팔뚝과 같은 존재다.


치타 델 비노는 와인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Terre del Vino‘ 와인 잡지와 온라인 간행물와인가이드와인 및 미식관광 통계자료 등을 정기적으로 출간한다앞에서 예를 든 축제는 와인이 중심이 되는 행사로 개별 와인도시에서 생산되는 와인과 그 지역만의 음식 및 관광 콘텐츠를 결합한 관광이벤트의 한 예다.


치타 델 비노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중 지속 가능한 와이너리는 주목할 만한데 심미적으로 뛰어나며 환경오염을 최대한 줄인 자연친화 소재로 지어졌으면서도 주변 자연환경과 동화되는 와이너리 건축물을 골라 인증마크를 준다. Toscana Wine Architecture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토스카나 주에서만 실시되고 있으며 25개의 와이너리가 이 인증마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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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cana Wine Architecture의 인증을 얻은 안티노리 와이너리의 친환경 건물

 

치타 델 비노는 1987년 시에나에서 창립되었는데 협회가 출범한 계기는 탄생1년 전에 이탈리아 와인업계에 충격을 일으켰던 메탄올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한 와인생산자가 와인의 알코올 농도를 높이기 위해 메탄올을 다량 섞었고 이를 마신 소비자가 23명 사망하는 사고였다.


1963년 이탈리아 와인규정(DOC)이 정해진 뒤 23년이 지나 와인품질은 향상됐지만 협회창립 당시 법의 감시망은 허술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특정 생산자가 이탈리아 와인업계에 오명을 남겼다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와인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없다는 각오와 문제의 발단이 된 와인도시 내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39개의 와인도시의 시장들이 치타 델 비노 협회를 탄생시켰다.


협회의 창립멤버가 시장이기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기관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와인도시의 이익 증대와 홍보에 가장 관심 있는 사람은 시장 본인인 점을 가만 한다면 그런 의문은 풀린다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시장이 발벗고 나서서 와인 및 와인관련 상품 홍보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자신을 선출한 주민을 위한 의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치타 델 비노 행사에 드는 비용과 출판물들은 오직 회비에서만 충당되며 현재 430여 와인도시가 회원에 가입돼있다.


2015년에 치타 델 비노는 ‘RECEVIN(Network of European Wine Cities)’이라는 유럽의 와인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하는 경사가 있었다. RECEVIN은 유럽 내 11개의 주요 와인 생산국의 와인도시 연맹이다독일오스트리아불가리아슬로베니아스페인프랑스그리스헝가리이탈리아포르투갈세르비아가 이에 속한다치타 델 비노가 RECEVIN에 가입함으로써 협회 회원도시는 자동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RECEVIN은 천 여 개의 와인도시 회원을 거느리게 되었다이로서 치타 델 비노 협회는 RECEVIN 망을 통해서 손쉽게 이탈리아 와인문화 보급 및 와인관광 홍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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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와인도시 네트워크인 RECEVIN의 로고 


치타 델 비노 협회의 꽃이자 자존심은 단연 ‘Selezione del Sindaco 와인품평회’(이하 와인품평회)올 해로 15회를 맞은 본 행사는 라퀼라(L’Aquila, 남이탈리아 아부르조의 주도)에서 성황리에 열렸다전세계에서 온 80여명의 심사위원이 약 1,100여 종의 와인을 심사해서 16개의 그랜드 골드 메달, 108개의 금메달, 215개의 은메달을 가려냈다.


본 와인품평회는 이탈리아 농림수산부의 승인과 국제와인기구 OIV의 기술 및 과학 지원을 받아 200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대부분의 와인품평회는 일정한 장소에서 열리지만 본 품평회는 치타 델 비노 회원에 가입돼있는 와인도시에서 돌아가며 개최되는 순회 와인품평회다.


드라이스파클링로제스위트 와인유기농암포라 숙성 와인 등 11개 부문으로 나뉘어 평가하며 이탈리아 와인생산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연 생산량 천 병~오만 병 규모의 와이너리도 참여할 수 있게 와인품평회의 문턱을 낮추었다올해 개최지였던 라퀼라는 2009년 대지진으로 도시자체는 물론 그 주변의 와인도시가 수많은 인명피해와 생산시설 파괴를 겪었다지진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은 품질이 향상된 몬테풀차노 와인을 출품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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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zione del Sindaco는 치타 델 비노가 개최하는 국제와인품평회다.

 

올해 대전 국제와인페어에 치타 델 비노가 참가했다한국인에게 회원 와인도시가 생산한 우수한 와인을 선보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페어 기간을 전후하여 한국의 와인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을 계획도 있었다이 자매결연으로 5천년의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와인 문화와 와인 관련 관광 노하우가 한국 와인도시를 통해 수혈될 예정이다조만간 한국의 와인도시가 생산한 품질 좋은 와인 소식이 치타델비노와 RECEVIN 네트워크를 타고 유럽에 퍼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WRITTEN BY 백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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