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의 보르도 샤토 방문기(5)

2021.04.25 최고관리자
프랑스 0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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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사랑도 눈앞에 사랑이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 사촌이 낫다는 말 또한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이다. 이런 말들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해석을 해보면 정(情)이란 분명히 거리와 비례하는 듯 하다. 

아마도 메독지역 그랑 크뤼 샤토들 중에서 보르도를 출발해 자동차 연료를 가장 적게 들이고 도착할 수 있는 곳이 샤토 라 라귄이 아닐까 싶다. 샤토 오 브리옹이 보르도 시내에서 가장 가깝기는 하지만 지역이 메독이 아니니 예외로 하자. 그래서 보르도에 관광 오는 사람들 중 와인에 관심이 있다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샤토 라 라귄을 추천하고 싶다. (방문예약 필수, 주말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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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단하게 샤토 라 라귄에 대해서 설명하면 이곳은 와인 만드는 곳이다……. 너무 간단한가? 
샤토 라 라귄은 그랑 크뤼 클라세 3등급에 속해 있으며 꽤나 포도즙을 짜는 규모 있는 샤토다. 현재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는 면적은 72 헥타르, 그러니 샤토 라 라귄에서 숨바꼭질 하려면 최소한 125cc 오토바이를 타고 해야 한다. 가왕 조용필의 ‘못 찾겠다 꾀꼬리’ 노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샤토이다. 

샤토 라 라귄은 오-메독(Haut-Medoc)의 아펠라시옹에 속해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오-메독에 대한 지역 설명을 양념으로 곁들여 보자. 오-메독을 불어로 해석을 하면 ‘높은 메독’ 이라는 뜻이다. 메독 지역의 지도에서 지롱드 강의 왼쪽 편을 보면 오-메독이라는 지역이 두 군데로 나뉘어 있다. 단어 그대로 메독 위쪽에 위치해있는 오-메독도 있고 메독지역 아래에 위치해있는 오-메독도 있다. 

하지만 명칭은 두 곳 모두 오-메독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거나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오-메독이 높은 메독이란 뜻이라면 왠지 아래쪽 메독은 낮음을 의미하는 바-메독 (Bas-Medoc)으로 표기해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것은 지구 위도상으로 높고 낮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형적 특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오(높은)-메독으로 표기를 하는 것이다.

위키피디아 웹상에는 샤토 라 라귄 포도밭에는  60% CS, 20% M, 10% CF 그리고 10% PV의 순서로 심어져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필자가 와인 메이커에게 직접 들은 정보는 달랐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60% 가까이 심어져 있는 정보는 맞았지만 최근 들어 멜로의 비중을 35% 늘리면서 쁘띠 베르도도 5%에서 10%로 늘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이한 사항은 카베르네 프랑을 다 걷어 내고 현재는 심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포도밭의 20%에 해당하는 22헥타르는 현재 시범적으로 "바이오 와인"을 생산하고 있고 점차적으로 그 면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샤토 설명은 이 정도만 하기로 하고……

참! 샤토 이름이 왜 La Lagune이 됐는지 이름에 대한 유래를 물어 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nobody knows 였다. 라귄(Lagune)과 유사한 발음의 단어로 Lagoon이 있는데 이것의 사전적 해석은 연못 또는 호수를 의미한다. 그러나 샤토 주변에서는 연못이나 호수를 찾아 볼 수 가 없다고 한다. 하기야 ‘대 일본 제국’ 또는 ‘대 영 제국’ 이라고는 하지만 이름에 맞지 않게 두 나라 모두 그렇게 크지 않은 섬나라들이다. 

필자가 샤토에 도착을 해서 사무실로 향하니 아주 인상 좋은 중년여성이 반겨주었다. 우리는 간단한 대화를 하면서 필자에게 샤토 투어를 해 줄 직원을 기다렸다. 5분 정도 기다리니, 저쪽에서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이 씩씩하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명함 한 장을 필자에게 건네 주었다. 명함에 적혀있는 그의 타이틀은 ‘와인메이커 ***’. 필자는 속으로 ‘야~~이거 오늘 기대 되는데, 에헤라 디야~ 연자 방아를 돌려야~ 쾌지나 칭칭나네~’라고 중얼거렸다. 사실 와인메이커에게 샤토 투어를 받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무엇보다도 그 샤토에서 생산하는 와인에 대해서 가장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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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또 라 라귄의 와인메이커가 필자에게 제일 처음 소개해 준 것은 샤토의 오너였다. 현재 샤또 라 라귄의 오너는 젊은 아가씨이고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샴페인 지역 출신이란다. 샤토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오너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와인메이커 본인은 현재 샤토 라 라귄에서 9년째 월급 명세서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새로 들여온 설비들과 작업의 편리성에 대한 설명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모든 설비들을 교체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설비의 최대 장점은 공정 과정이 빨리 순환되어 포도의 산화 과정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시설의 현대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장 바쁜 수확 철에도 샤또 내에서는 32명만 일한다고 한다. (포도 수확하는 사람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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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크통 와인 숙성고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숙성고에는 두 명의 건장한 남자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와인메이커는 그 사람들을 향해 "쟈리브"를 외쳐댔다. "금방 갈게!" 라는 프랑스어다. 왠지 필자 때문에 팀웍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시간을 뺏는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함도 들었다. 숙성고에서는 Racking 작업이 한참 진행 중이었다. 아마도 두 명의 직원들이 와인메이커에게 상의할 사항이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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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투어가 끝나갈 무렵 와인 테이스팅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마치 초등 학생들이 너는 커서 뭐가 될래 하는 것처럼 솔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인메이커는 나름대로 포부가 있었고, 필자는 필자 나름대로의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 그러면 미래에 같이 일을 할 수 있겠네!" 라는 UFO(미확인비행물체) 같은 결론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샤토 라 라귄 와인메이커와의 특별했던 와인 투어 그리고 그의 와인에 대한 열정, 와인 제조 과정에서의 특별함 등 아주 유익하고 기억에 남는 투어였다. 와인메이커는 아들이 2명 있다고 하던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국 과자라도 좀 갔다 줘야겠다. 


그런데, 진짜 몸이 멀면 마음도 멀어지나? 하기야 필자가 들은 소리로는 한 이불 덮고 자는 부부는 절대로 이혼하진 않는다 라는 말도 있으니깐. 그런데 이불 속에 이혼 조정 재판관이라도 숨어있나? 어떻게 한 이불을 덮고 자면 이혼하지 않지? 세상에는 필자가 모르는 일이 많아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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