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방문기(2) – 기네스북에 오른 밀레스티 미치(Milestii Mici)에 가다
몰도바 방문기(2) – 기네스북에 오른 밀레스티 미치(Milestii Mici)에 가다
동유럽의 작은 국가 몰도바의 GDP 중에서 와인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2%, 몰도바 전체 수출 중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것은 7.5%에 해당한다. 총 140여 개의 와이너리에 종사하는 인구는 약 25만 명이다. 총인구 350만 명의 약 7%인 셈이다. 경기도 3배 면적의 국토에 112,000ha의 포도밭을 갖고 있어서 포도밭이 전 국토의 3.8%를 차지한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러한 통계만 보더라도 와인산업이 몰도바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 매력적인 와인관광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몰도바는 “Country with open doors in the paradise of wine”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몰도바는 또 따른 놀라운 기록을 갖고 있다. 140여 개의 와이너리가 와인 양조와 보관에 사용하고 있는 지하 셀라의 총 길이가 무려 250km나 된다고 한다. 와이너리 하나당 평균 1.7~1.8km 길이의 지하 셀라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몰도바의 와이너리 중에서 와인 양조와 보관에 사용하는 셀라의 길이가 가장 긴 것은 크리코바(Cricova) 와이너리인데 무려 70km의 길이를 자랑한다. 총 120km의 셀라 중에서 70km만 사용하고 있다. 밀레스티 미치(Milestii Mici) 와이너리의 경우 총 200km의 셀라 중에서 55km를 양조와 보관에 사용하고 있다. 이 두 와이너리가 몰도바 와인관광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셀라 때문이다. 밀레스티 미치가 세계에서 가장 긴 셀라를 보유하고 있는 와이너리이고, 크리코바 와이너리가 그 뒤를 잇는다. 실재로 양조와 보관에 사용하고 있는 셀라의 길이만 따질 경우 순서가 바뀔 뿐이다.
몰도바의 수도인 키시너우에서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져 있는 밀레스티 미치 와이너리는 1969년에 설립된 국영 와이너리다. 오래 전에 건축에 사용되었던 석회암을 캐느라 생긴 지하 터널을 활용하여 와이너리를 만든 것이다. 지하 30~85m 깊이에 있는 셀라의 온도는 섭씨 12~14도, 습도는 85~95%로 와인 저장에 이상적이다.
밀레스티 미치 와이너리의 셀라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높이가 2.7m를 넘지 않는 승용차를 타고 가야 한다. 입구에 도착하면 가이드가 탑승해서 안내를 시작한다. 투어는 약 40분 동안 계속되는데 평일에는 200레이(Lei), 오후 5시 이후나 주말에는 300레이(Ley)를 지불한다. 200레이는 약 10유로에 해당한다. 투어가 끝날 때 테이스팅 룸에서 안주를 곁들여 와인을 테이스팅 할 수 있는데 테이스팅하는 와인의 수와 안주의 종류 그리고 기념으로 와인을 구입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투어 포함 최저 350레이부터 최고 1,400레이까지 요금이 다양하다.
<대로에서 밀레스티 미치 와이너리로 가기 위한 길로 들어설 때의 모습>
<밀레스티 미치 와이너리의 입구>
<밀레스티 미치 와이너리 지하 셀라의 테이스팅 룸 입구의 한쪽 벽면에 지하 셀라의 지도가 걸려있다>
밀레스티 미치의 가장 큰 자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5년에 이러한 사실이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는데 이 기록에 따르면 1968년에 처음 55km 길이의 셀라에 와인이 저장되기 시작했고 2005년 기준 150만병이 넘는 와인이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와인들은 지하 80m 깊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부분에 고딕 양식으로 만든 벽면에 저장되어 있는데 “Golden Collection”이라고 부른다. 현재 저장되어 있는 와인 중에서 가장 오래된 빈티지는 1969년이고 밀레스티 미치에서 생산한 와인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와인이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몰도바 와인이며 최근에는 새로 저장되는 와인의 숫자보다 수출되거나 판매되는 와인의 숫자가 많아서 2005년보다 적은 수량의 와인이 보관되어 있다.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와인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거의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오래된 빈티지의 경우 일본,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등 여러 나라에 수출되고 있는데 1973년, 1974년 빈티지의 경우 한 병에 2,000유로 정도의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기네스북 증서>
<Golden Collection을 보기 위해서는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고딕양식의 벽면에 Golden Collection이 보관되어 있는 모습>
<Golden Collection의 오래된 빈티지 와인들>
매년 약 3만 명이 방문하고 있는 밀레스티 미치의 셀라에 승용차를 타고 들어가면 다양한 거리 이름으로 셀라를 구획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페테아스카(Feteasca)와 같은 토착품종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고, 까베르네(Cabernet)와 같은 국제 품종의 이름이나 국제와인기구 OIV의 이름도 사용하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 오크로 만든 거대한 오크통, 소비에트연방 시절의 스테인레스 스틸 통을 많이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작은 천연 폭포도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규모를 능가한다.
<승용차 내부에서 찍은 오크통의 모습>
<지하 셀라 안에 있는 국제와인기구 OIV 거리>
<사진의 오른 쪽이 천연 폭포의 모습>
투어의 마지막 코스로 선택할 수 있는 와인 테이스팅을 위해 다양한 테이스팅 룸이 갖춰져 있다. 여기에서는 깜짝쇼도 준비되어 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배럴 테이스팅을 하기 위해 와인 잔을 오크통에 가까이 가져가는 순간 배럴로 착각했던 문이 열리고 2명의 음악가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며 환영한다. 처음 셀라에 들어갔을 때 규모에 놀라게 되고 이제는 감동의 순간이 시작된다. 지하 80m의 어두운 곳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세계가 열리는 듯하다. 우리 일행이 테이스팅을 하고 있을 때 이 음악가들이 다가와서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이어서 몰도바의 음악을 연주해주었다. 아직 한국인들이 몰도바는 물론 이곳을 찾는 경우는 아주 드문데 이러한 준비를 했다는 사실에 눈시울이 젖는 감동을 받았다.
<테이스팅 룸>
<테이스팅 룸>
<테이스팅 룸. 이미지 제공: 밀레스티 미치>
<테이스팅 룸에서 방문객을 위해 연주하는 음악가들>
밀레스티 미치는 자연과 인간과 와인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바쿠스의 신전(Temple of Bacchus)”이다. 와인애호가라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방문객들을 위해 지하 셀라를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가능하면 원래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이것이 더 특별한 경험을 하는 인상을 주는 듯하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와인의 퀄리티가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이다. 토착품종보다는 국제품종을 주로 사용해서 화이트, 레드, 로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는 밀레스티 미치는 최근 몇 년 간 와인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그 품질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멀지 않은 장래에 몰도바의 또 다른 국영 와이너리인 크리코바처럼 우수한 품질로 국제적인 성공을 이룰 것이라고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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