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무주지역 와이너리 투어
영동, 무주지역 와이너리 투어
지난 기사를 통해 영동, 영천, 무주 지역의 와인을 잠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직접 지역의 와인 생산자 분들을 만나보고자
필자는 지난 7월 30일, 31일 양일간 영동과 무주 와이너리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사실 이 지역들을 방문한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와인 관련 행사들과 관광 목적으로 방문해서 생산자 분들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SNS를 통해서 안부를 주고 받은 적은 있었는데
막상 포도원을 방문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생각을 하니 떠나는 발걸음은 호기심과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설렘도 들었습니다.
처음 방문한 곳은 영동대학교 산학협력관에 위치한 ‘원 와인’ 입니다. 왜 ‘원 와인’이라고 이름을 지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원근 대표님은 본인의 이름 가운데 자를 따서 지었고, 넘버 원 와인을 생산하고자 또 본인의 외모처럼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 원 같은 와인을 만들고자 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는 답변을 하시네요. 원 와인은 레드 와인만을 생산하는데 당도에 따라 드라이, 미디엄 드라이, 스위트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곧 포르투갈산 오크에 18개월간 숙성한 오크 숙성버전의 와인도 출시 예정이시라고 합니다. 현재 원 와인은 연간 20,000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30,000병까지 생산을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원 와인은 자체적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지는 않고 포도를 수매해서 양조합니다. 프랑스의 네고시앙(Negociant)과 유사한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때문에 포도의 품질이 일정치 않아서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포도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과감하게 생산을 포기하기도 하는 등 대표님의 와인에 대한 엄격함과 자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원근 대표님은 와인의 명품화 보다는 현실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여 실질적인 상품화를 시키는 것에 집중해서 현재 대형 회사와 사업제휴를 계획 중이시기도 합니다. 이날은 운이 좋게도 오크 통에서 3년 이상 숙성한 2008년 빈티지의 캠벨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는데요 판매용은 아니고 딱 2병 남은 귀한 와인이었습니다. 마치 유럽의 와인처럼 숙성이 잘 된 부케가 느껴지는 와인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여포농장, 여포의 꿈 와이너리’입니다. 여인성 대표님의 여포의 꿈 와인은 작년 제5회 대한민국 와인축제에서 로제 와인이 대상을 받는 등 여러 와인 품평대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와이너리입니다. 여포농장엔 다양한 품종들이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주력 품종인 캠벨 뿐 아니라 국제 품종인 메를로, 산지오베제를 비롯하여 일본 품종으로 알려진 고슈와 모스카토, 버팔로, 세네카, 네오 머스켓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운 좋게도 직접 포도밭을 둘러보며 양조용 포도를 먹어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손수 산지오베제 묘목을 심어 볼 수 있는 영광도 주셨습니다. 나중에 이 포도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으면 와인을 빚어서 함께 한 잔 하자고 하셨는데 저도 그 날이 매우 기대가 됩니다. 특히 우연치 않게 한국 와인협회의 김준철 회장님도 만나 뵐 수 있었는데요 역시 좋은 와인을 알아보는 사람들의 눈은 모두 같은 것 같습니다. 여포농장에서는 레드와 화이트 로제 와인을 생산하는데 현재 주력으로 삼고 계시는 것은 화이트 와인입니다. 알렉산드리아 품종으로 양조한 이 와인은 굉장히 아로마틱해서 와인 초보자들은 물론 해외 와인에 익숙한 사람들, 특히나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증류주도 출시하셨다고 하는데 꽤 인상적인 품질을 보여주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여인성 대표님은 여포의 꿈이라는 와인 명에 대해서 “여자가 포기한 꿈”이라는 재미있지만 웃지만은 못할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그것보다 저는 “여기서 포기 할 수 없는 꿈”이라는 의미를 주고 싶었습니다. 여인성 대표님, 김준철 회장님과 함께 ‘송호 와인 테마마을’도 방문 했습니다. 영동지역 와인들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하고 판매도 하며 시음까지 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영동 와인과 관련된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으니 영동을 방문 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영동 와인들을 시음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저의 작은 힘이나마 한국 와인의 발전을 위해서 책임감을 갖고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동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도란원, 샤토 미소’ 입니다. 샤토 미소 와인은 여러 와인 품평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높아서 이날도 광명 와인동굴로 와인을 배송 가셔야 하는 상황이셨습니다. 앞의 일정으로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저를 위해서 배송도 미루시고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너무 컸지만 와인 이름에 걸 맞는 밝고 순수한 미소의 안남락 대표님과 샤토 미소의 와인을 천천히 시음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방문해본 한국 와이너리들 중 가장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시음실을 꾸며놓은 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아름다운 사모님의 솜씨가 아니실까 예상이 됩니다. 안남락 대표님은 영동 지역 와이너리들에게 다양한 양조 방법을 조언하시고 도움을 주신 바가 크신 분입니다. 실제로 와인을 시음하면서 제가 느낌 와인에 대한 감상이 대표님이 다양하게 시도하신 양조방법들과 매칭이 되다보니 굉장히 즐겁고 짧은 소견이나마 조언을 해 드릴 수도 있었습니다. 과실의 집중미를 높이기 위해서 완성된 와인에서 수분을 제거하거나, 세니에 양조법을 사용해서 만든 로제와 레드 와인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한국식 방법으로 양조하신 아이스 와인은 정말 피로 회복용 드링크처럼 조금씩 아껴 마셔도 좋을 만큼 높은 품질이었습니다. ‘뜰 포도’라 불리는 포도로 양조하는 와인이 있다는 것은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샴페인 양조 방법과 동일하게 스파클링 와인을 양조 중이셨는데 정말 그 열정과 와인 사랑에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안남락 대표님은 와인 품질과 오크 통과의 관계를 실험 중이시기도 했는데요. 프랑스 오크 통과 국산 참나무를 이용해 프랑스에서 만든 오크 통, 순수 국내 제작 오크 통이 각각 숙성에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저도 많이 궁금했습니다.
무주에서 처음 방문한 곳은 무주 머루 와인 동굴이었습니다. 이날은 정말로 무더위가 대단한 날이었는데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오히려 춥다는 생각이 들 만큼 시원했습니다. 여름철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는 와인 동굴엔 무주 지역 와인들이 보관되어 있었고 실제로 시음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동굴 곳곳에 무주 와인에 대한 정보와 조형물들이 설치되어있어서 방문객들에게 정보와 사진을 찍을 장소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와인으로 족욕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으니 방문하신다면 꼭 한 번 체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와인 동굴을 뒤로하고 방문한 곳은 ‘샤토 무주’입니다. 샤토 무주는 한국 와인 중에서는 비교적 역사가 오래되었고 판매 면에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와이너리입니다. 개인적으로도 한국 와인과 관련된 추천이 들어오면 1순위로 추천하는 와인 중 하나이고 실제 와인 품평에서도 최고 점을 부여한 와인이기도 합니다. 샤토 무주는 주변 경관이 너무나 멋지고 훌륭합니다. 겹겹이 병풍처럼 둘러진 산 속에 위치한 와이너리는 꼭 와인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 번 방문해 볼 만 합니다. 샤토 무주 조동희 대표님은 2003년부터 와이너리를 운영하기 시작하셨는데요 화학을 전공하셨기 때문에 양조 기술을 습득하시는 것이 빠르셨고 과학적으로 와인의 품질 관리를 하시는 것이 체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날은 스테인레스 숙성고를 볼 수 있었는데 만 리터 들이 숙성고가 무려 13개나 있었습니다. 일찍부터 와인을 양조하신 입장에서 후발 주자들을 배려하시는 마음이 인상적이셨고 특히 머루 품종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대단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머루 와인의 색상과 탄닌 산도는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요 영동의 캠밸이 무주의 머루와 블랜딩을 한다면 멋진 작품이 탄생 할 것 같습니다.
/샤토 무주 조동희 대표님과 함께/
이렇게 이틀 동안 영동과 무주의 와이너리를 둘러보았습니다. 좀 더 많은 곳을 방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한국 와인들이 해외 와인들의 기준에 맞춰서는 대중적으로 매력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가에 있어서 한국의 여러 가지 특수성과 규모와 자본에 의한 한계성 등을 감안 해야 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런 핑계 아닌 핑계에 앞서서 드리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 많이 재배하는 품종을 이용한(원산지가 한국이 아닐지라도) 한국적인 맛의 한국 와인을 그 자체로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해외 와인과 직접적인 비교만을 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한국 와인이 인정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또한 생산자 여러분들의 노력과 땀방울을 생각한다면 한국 와인의 평가에 있어서 한 번쯤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고슈 품종 등으로 만든 자국 와인의 내수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일본 와인은 역사도 길고 와인 시장도 한국과 비교 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한국 와인도 곧 그렇게 되기를 기도해 보면서 한국 와인 소비자들과 전문가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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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오형우(Dean Oh)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2-08-05 16:32:49 와인상식 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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