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스트렐의 예술을 만드는 보데가 까스따뇨(Bodegas Castaño)
모나스트렐의 예술을 만드는 보데가 까스따뇨(Bodegas Castaño)
로제 와인의 소비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많은 생산자들이 앞을 다투어 로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프로방스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제 와인 생산지이지만 매력적인 로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은 의외로 많다. 나는 최근 3년 동안 약 200여 종의 로제 와인을 시음했었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두 개인데 하나는 몰도바의 카스텔 미미(Castel Mimi)가 생산하는 로제 와인이다. 작년 여름 베를린에서 독일의 바이어 3명과 이 와인을 시음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까베르네 소비뇽과 피노 누아로 만든 이 와인은 프로방스의 로제 와인처럼 핑크 빛이었고, 와인 병도 프랑스에서 수입한 고급이어서 우선 시각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딸기와 체리 향, 입안에서 느껴지는 미네랄이 돋보였다. 독일의 바이어들은 깐깐하기로 유명한데 이 와인에 큰 관심을 보이며 조만간 와이너리를 방문하고 싶다고 그 자리에서 말했을 정도로 품질을 우수하게 평가했다. 이 와인은 오늘 현재 국내에 수입되어 통관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다른 하나는 스페인의 보데가 까스따뇨(Bodegas Castaño)가 모나스트렐(Monastrell) 100%로 만든 로제 와인이다. 드라이하지 않고 세미 스위트한데도 아주 매력적이다. 단맛과 산도의 밸런스가 아주 뛰어나다. 스페인의 로제 와인은 프랑스 프로방스의 로제 와인과는 달리 대체로 칼라가 진한편인데 이 와인은 독특하면서도 친근감 가는 빈티지 스타일의 큰 라벨과 흰 색으로 코팅한 병 때문에 고급스러우면서도 핑크 빛의 인상을 준다. 물론 잔에 따르면 프로방스의 로제와는 달리 더 진한 칼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입안에서 좋은 산도와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이 와인은 조개 파스타와 멋지게 어울린다. 부담 없이 마음껏 마시고 싶은 와인이다. 이 와인을 함께 마신 사람은 보데가 까스따뇨의 패밀리인 다니엘 까쓰따뇨(Daniel Castaño)이었다. 이 정열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친구는 1950년에 보데가 까스따뇨를 설립한 라몬 까스따뇨(Ramón Castaño Santa)의 세 아들 중의 하나이며 현재 수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다이엘을 서울에서 만나던 날 그는 유난히도 명랑하고 유쾌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며칠 전에 2021년부터 두 종류의 와인을 독일항공(Lufthansa) 퍼스트 클래스에 납품하는 것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의 수입사 대표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면서 웃음을 터뜨린다. 독일항공에 납품하게 된 와인은 까사 시스까(Casa Cisca)와 까사 데 라 쎄라(Casa De La Cera)인데, 전자는 100% 모나스트렐로 만든 와인이고, 후자는 50% 모나스트렐, 나머지는 까베르네 소비뇽, 쉬라, 메를로, 가르나차로 블렌딩한 와인이다.
다니엘은 1974년생이고 어려서부터 포도밭에서 일했다. 알리칸테(Alicante) 대학에서 비즈니스 마케팅을 전공하고 미국과 영국에서 연수했다.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와인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는 한국에 오는 것과 한국인을 좋아한다. 한국 음식도 좋아하고 특히 노래방에 가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매운 음식을 먹기는 힘들고 바비큐를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요즈음 유럽에서 한국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반면에 중국에 출장가면 와인과 바이주를 섞어서 많이 마셔야 해서 힘들다고 한다. 심한 경우에는 3일만에 컨디션을 회복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보데가 까스따뇨는 1950년에 다니엘의 아버지인 라몬이 설립했다. 물론 와인생산의 역사는 더 오래 시작되었다. 라몬의 부인인 프란시스카 산타의 아버지, 페리코 안토니오가 1918년에 처음으로 포도나무를 소유한 것이 역사의 시작이다. 까스따뇨는 패밀리의 성이지만 스페인어로는 밤나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다니엘은 금년에 86세를 맞이하는 아버지 라몬이 겸손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라몬이 처음에는 주로 벌크와인을 생산했는데 세 아들이 차례로 와인사업에 뛰어들면서 벌크와인의 생산을 많이 줄였다고 한다. 보데가 까스따뇨는 약 600ha의 포도밭을 예끌라(Yeclar) 지역에 소유하고 있는데 워낙 수요가 많아서 700~700ha의 포도밭에서 재배된 포도를 추가로 구입한다고 한다. 이렇게 구입한 포도는 벌크와인에 주로 사용된다. 초기에는 와인생산의 양을 중요시하고 스위트하거나 풀바디의 와인을 주로 생산했지만 품질을 중요시하면서부터는 밸런스와 부드러움에 양조의 중심을 두고 있다. 포도품종과 떼루아의 특성을 잘 살리는 와인을 만드는 것을 중요시한다. 잘 익은 포도를 양조에 사용하지만 포도가 과숙되는 것을 피하고,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지 않으며 신선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와인을 만든다. 최근에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부담 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추구한다.
보데가 까스타뇨는 모나스트렐 품종을 주로 재배한다. 전체 포도밭의 80%에서 이 품종이 재배된다고 한다. 1978년 모나스트렐로 만든 와인을 처음으로 병입한 이래 급성장하여 지금은 웬만한 와인소비국에서는 모두 보데가 까스따뇨의 모나스트렐을 판매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모나스트렐에 집중하고 포도밭을 잘 관리한 덕분에 올드 바인이 많다. 특히 까사 시스까와 까사 데 라 쎄라에는 평균 수령 100년이나 된 모나스트렐을 사용하고, 어머니의 이름을 딴 와인 산타(Santa)는 평균 수령 70년의 모나스트렐로 만든다.
모나스트렐은 스페인에서 유래한다. 과거에는 마타로(mataro)라고 부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무르베드르(Mourvèdre)라고 부른다. 스페인 발렌시아(Valencia) 인근의 작은 와인도시 사군토(Sagunto)가 1877년까지는 발렌시아어로 모르베드레(Morvedre), 스페인어로 무르비드로(Murviedro)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한다. 껍질이 두꺼우며 탄닌이 많다. 당분이 많아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을 생산하기에 유리하다. 또한 진한 칼라에 오래 병 숙성할 수 있다. 블랙베리, 허브, 가죽, 초콜릿, sweet wood 향이 전형적이다. 프랑스 론과 남부 프랑스, 특히 반돌(Bandol)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스페인에서는 후미야(Jumilla)와 예끌라(Yeclar)에서 주로 재배되는데 가르나차에 이어서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레드 품종이다. 스페인에서의 재배면적이 프랑스의 약 6배에 달할 정도로 스페인은 모나스트렐의 대표적인 생산국이고 스페인 내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생산자가 바로 보데가 까스따뇨이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University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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