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가 우리나라 포도 재배에도 영향을 줄까?
마주앙 공장장 출신 소믈리에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스물여덟 번째’
지구 온난화가 우리나라 포도 재배에도 영향을 줄까?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세계 기후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어떤 섬은 해수면 수위 상승으로 섬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또 유명한 관광지인 베니스도 시가지가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는 사과하면 대구로 알려졌고 대구 사과가 맛 좋고 많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지금 대구에서는 사과가 거의 재배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훨씬 북쪽인 청송, 영주 등을 거쳐서 경기도와 강원도에서도 좋은 사과가 생산될 정도로 재배지가 북쪽으로 많이 옮겨갔다.
이렇게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포도 재배하는 자연 환경이 변화하고 있으므로 지구의 기후 변화에는 비전문가이지만 포도 재배에 영향을 주는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 변화와 우리나라의 포도 재배환경의 변화에 관해서 알아보면, 기온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기는 하나 기온이 너무 높으면 포도의 광합성을 저해하여 도리어 좋지 못하다. 식물이 광합성 하는 데는 기온이 섭씨 26도 정도면 충분하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포도 잎에서 수분이 너무 빨리 증발해서 광합성에 필요한 수분이 부족하여 광합성을 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 또 너무 더우면 포도 잎이 쭈그러들어 광합성은 고사하고 포도의 생존 자체가 힘들게 된다. 또 햇빛이 너무 강렬하면 포도 알의 껍질 부분이 Sun burn 영향으로 품질에도 좋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포도의 당도가 올라가는 기간에 주간의 온도가 26도는 충분히 되므로 지구 온난화로 온도가 너무 많이 올라 가는 것은 지금보다 큰 도움은 안 될 가능성이 있다. 온도의 상승보다 비가 적게 오는 것은 포도 재배에 좋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와인 생산국들은 포도 숙성 기간이 대체로 고온 건조한 기후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포도 재배 성숙 기간 중에 고온 다습하다.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면 과일들의 당도가 많이 올라가지 못한다. 특히 과일 중에서 포도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포도의 당도는 높아야 13-14 브릭스 정도이다. 외국의 양조용 포도들은 23-24 브릭스가 보통이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와인의 생산이 어려운 점은 바로 다습한 기후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로 비가 적게 와서 건조한 기후가 되면 양조용 포도 재배에는 더 좋은 기후가 될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건조한 기후가 된다고 하더라도 유럽이나 신세계 와인 산지만큼 건조하지는 않고 온도만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데 이런 경우 포도 재배 환경이 더 좋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슨 말인가 하면, 포도가 익어가는 기간이 더 고온 다습하여 포도의 수확 시기가 더 앞으로 당겨질 가능성이 많고 그럴 경우에는 포도의 당도가 더 낮아질 수 있다.
포도는 봄철에 싹이 나고 잎과 줄기가 자라는 등 식물 생장을 한다. 대략 6월 초 정도에 포도 꽃이 피고 그 후 60일이 지나는 8월 초쯤부터 포도 알이 변색을 한다. 이 후에 포도 알의 무게는 조금 더 증가하고 당도는 급격히 증가해서 숙성을 하게 된다. 변색기가 지나서 40일 정도면 수확이 가능하게 된다. 구체적인 수확시기는 생산자의 필요에 따라서 조절이 되는데 일반적으로 대중 와인을 만들려면 바로 수확을 하나 고급 와인을 만들려면 가능한 늦게 수확해서 포도가 더 잘 익도록 한다.
세계의 와인 주요생산국들은 적 포도의 수확이 대체로 9월 중, 하순 혹은 10월이다. 우리나라는 8월 말, 빠르면 8월 중순에 적 포도를 수확한다. 유럽 등의 지역보다 포도가 익어가는 기간이 1 개월 혹은 그 이상 짧기 때문에 포도의 당도가 높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조용 포도의 재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생과일용 포도인 캠벨 얼리 포도를 기준으로 말한 것이다.
기왕에 포도 재배 이야기가 나왔으니 캠벨 얼리 포도와 한국의 국산 와인 생산에 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우선 캠벨 얼리(Campbell Early)에 대해서 알아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포도 품종으로 대부분 당도가 14 브릭스 전후이고 산도는 낮다. 노지가 아니라 비닐 하우스에서 재배하여 당도를 더 높게 생산할 수 있으나 산도는 더 떨어진다. 국내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캠벨 품종은 생과일로 먹기에는 적합한 품종으로 와인 양조용으로 사용되는 품종은 아니다. 다른 양조용 포도에 비해서 포도의 알이 크고 껍질의 비중이 작으므로 컬러가 약하다. 또 향도 와인의 향으로는 우아한 향이 아니다. 그래서 캠밸로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다. 이 품종은 아시아 일원에서만 재배되어 생과일용으로 소비되고 있는 프랜치-어메리컨 하이브리드 포도이다.
캠밸 포도로 와인을 양조할 수는 있으나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지금 와인 시장에서 잘 알려지고 있는 품종들은 주로 원산지가 유럽 쪽의 포도 품종들이다. 캠벨 와인이 와인 시장에 나오더라도 소비자 대부분이 “캠벨”하면 그게 무슨 품종인데? 하고 질문을 할 것이다. 둘째, 캠벨이 양조용이 아니라 생과일용 품종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흥미를 잃을 것이다. 셋째, 와인의 품질 면에서 양조용 포도로 만든 와인과는 비교가 안 된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양조용 포도로 와인을 생산해서 국내외의 와인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문제를 알아 보겠다.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질문이 하나 있다. “국내에서도 양조용 포도를 재배할 수 있나?” 하는 것이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양조용 포도를 재배할 수 있다. 서쪽으로 중국은 산동 반도 등에서도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엄청 많이 생산하고 있고 동쪽으로 일본에서도 양조용 포도로 좋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중간에 있는 우리나라가 왜 와인 양조용 포도를 재배할 수 없겠는가?
그런데 왜 국내에서 양조용 포도로 와인을 만들지 않고 있나? 국산 와인 생산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나 개인이 없기 때문이다. 국산 와인 생산 사업은 수익성이 충분히 있는 사업이고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사업이다. 와인 산업 자체가 앞으로의 블루 오션이고 와인을 생산하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사업이기도 하다. 와인 문화의 대중화와 와인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 양조용 포도로 국산 와인을 생산하는 기업과 개인들이 나타나기를 희망한다.
<지난 9월 4일 이태리의 와인생산도시 연합인 치타 델 비노(Citta del Vino)의 리구리아주 디렉터인 엔조 조르지(Enzo Giorgi)가 영천시를 방문하여 영천의 와인생산에 도움을 줄 것을 약속했다.>
우리나라 자연 환경에 적응하는 양조용 포도 품종을 선정, 재배해서 국산 와인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나타나면 마주앙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미국, 독일, 프랑스에서 와인 공부하고 또 와인 업계에서 일한 약 40년의 경험으로 조언해줄 용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고 아름다운 샤또에서 고급 와인을 생산하여 외국 와인들과 경쟁하는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WRITTEN BY 마주앙 공장장 출신/소믈리에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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