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Don Quijote) 와인 – 행동하는 자를 위한 와인
돈키호테(Don Quijote) 와인 – 행동하는 자를 위한 와인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 받고 있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의 <돈키호테>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큰 요즈음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그리스 문학가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가 쓴 <스페인 기행>에는 “콜럼버스, 그는 바다의 돈키호테였다.”라고 적혀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우리나라에서 인문학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하나인 광고인 박웅현은 “고유명사 돈키호테가 무모한 도전을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바뀌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모한 생각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돈키호테 프로젝트를 탄생시켰고, <안녕 돈키호테>라는 책을 출판했다.
소설가 천운영은 2013년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스페인의 말라가에 머물면서 어릴 적 읽었던 <돈키호테>를 다시 읽다가 이 책에 나오는 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음해에 수 차례 스페인으로 건너가 돈키호테 문학기행을 하면서 <돈키호테>에 나오는 음식에 대한 연구를 했다. 2016년에 4개월 동안 마드리드에 있는 요리학원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했고, 2017년 말에 연남동에 ‘라 메사 델 돈키호테(La Mesa del Don Quijote, 돈키호테의 식탁)’이라는 스페인 음식점을 오픈 했다. 돈키호테가 맛본 스페인 식탁을 재현한 것이다.
세르반테스가 1605년에 발표한 <돈키호테>의 전편의 맨 앞부분은 요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보통 양고기보다 소고기를 더 많이 넣은 요리와 소금을 넣어 잘게 다진 고기 요리를 저녁으로 먹고 토요일에는 베이컨이나 햄 조각을 넣은 달걀 요리를, 금요일에는 납작한 콩 요리를, 일요일이면 새끼 비둘기 요리를 곁들여 먹느라 재산의 4분의 3을 지출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달걀 요리의 이름이 ‘duelos y guebrantos’인데 ‘노고와 탄식’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유대인이나 이슬람교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정치, 사회적으로 강요에 의해 기독교로 개종한 뒤 그 진실성을 확인 받는 방편으로 그것을 먹도록 강요당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고 한다. 그러니 음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돈키호테>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볼 필요를 느낄 법도 하다. 실제로 <돈키호테>에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돈키호테>의 배경이 된 라 만차(La Mancha) 지방은 약 190,000ha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어서 스페인 최대의 와인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돈키호테>에 음식뿐만 아니라 와인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할 법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1615년에 출판된 <돈키호테> 후편에 있는 “두 종자가 나눈 점잖고 새롭고 부드러운 대화와 함께 <숲의 기사>의 모험이 계속되다” 부분에 등장한다. 여기에서 돈키호테의 종자 산초는 “어떤 술이든 냄새만 한 번 맡으면 산지가 어디인지, 족보가 어떻게 되는지, 맛은 어떻고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술통을 몇 번이나 바꿨는지, 술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지 알아맞히거든요. 하지만 놀랄 건 없어요. 내 핏줄에 우리 아버지 쪽으로 오랜 세월 동안 라 만차에서 알려진 아주 대단한 술 감정사가 둘이나 있었으니 말이죠.”라고 말하며 이 말에 대한 증거로 조상의 일화를 들려준다.
미국의 문학평론가인 해럴드 블룸(Harald Bloom)은 “세르반테스는 글 쓰는 방법을 알았고, 돈키호테는 행동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오로지 서로를 위해 태어난 하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무모한 사람 돈키호테가 행동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승화된 것이고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돈키호테를 기리기 위해 ‘Homenaje a Don Quijote’(돈키호테를 기리며)’라는 이름을 가진 와인이 탄생했다. 간단하게 ‘돈키호테 와인’이라고 불리는 이 와인은 스페인 라 만차에 있는 Union Campesina Iniestense(유니온 캄페시나 이니에스텐스, 약칭 UCI)가 금년에 출시했다. UCI는 3년 전 세계 5대 국제와인품평회 중의 하나인 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 그랑 골드(Grand Gold)를 받아 유럽에서 1달 만에 10만병이 팔린 와인 ‘이칼레스켄(Ikalesken)’의 생산자이다. 워낙 가성비가 좋은 와인을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어서 국내의 파트너가 여럿이다. UCI의 Export Manager인 호세 몬카요(Jose Moncayo)는 <돈키호테>의 고향인 Villanueva de los Infantes 출신으로 작년 3월 국내 와인수입사 아베크와인과 함께 라 만차에서 돈키호테의 흔적을 찾아 다니며 ‘돈키호테 와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와인과 관련된 예술작품으로 유명한 장회준 작가가 레이블을 그렸으며, 금년 8월 말/9월 초에 열린 대전국제와인페어에서 처음으로 국내 론칭되었다.
이 와인은 2016년 빈티지로 <돈키호테>의 작가인 세르반테스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400년이 된 해이다. 이는 ‘돈키호테 와인’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라 만차 지역에 속하지만 1982년부터 독자적인 DO를 갖게 된 만추엘라(Manchuela)에서 생산된 와인이며, 오크통(미국산)에서 숙성되었기 때문에(3개월) 레이블에 ‘ROBLE’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템프라니요 70%, 쉬라 30%가 블렌딩 된 이 와인은 국제적인 트렌드에 걸맞게 오크통의 영향을 많이 주지 않고 과실 향이 풍부하게 만들었다.
체리 빛 칼라에 체리, 자두, 기타 야생과일과 제비꽃, 블랙 초콜릿 향이 두드러지고, 약간 스파이시한 노트가 오크통 숙성으로 생긴 은근한 스모키함과 매력적으로 조화되어 있다. 부드러운 탄닌이 검은 올리브, 향신료의 맛과 함께 입안 가득히 느껴지고, 산도가 좋으며 긴 피니쉬로 이어진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으로 최상의 가성비를 갖춘 이 와인은 일상에서 돈키호테처럼 ‘행동하는 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와인이다. 그 행동이 인생의 성공을 위한 도전이든, 정의를 위한 것이든, 청순한 사랑을 위한 것이든……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University Lecturer (Kyung Hee University, Catholic University of Pusan)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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