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zzei Winery Column 1탄 _ 이탈리아, 그 가슴 두근거리는 여정의 시작
이탈리아, 그 가슴 두근거리는 여정의 시작
그렇게 목말랐더랬다.
수년간 그 땅에서 난 와인의 향기를 맡고 맛을 음미하고 음식을 먹어서 친숙한 듯 하면서도 정작 내 눈으로 확인해 보지 못한 땅 이탈리아. 2~3년을 그렇게 그리워했었다.
너무나 머나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크루즈 여행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그리고 그 출발지가 이탈리아 로마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그렇게 내 이탈리아 여정은 시작되었다.
포도밭에선 채 열매도 맺지 않았을 테지만, 그리움에 이미 마음은 벌써 포도밭으로 향해있었다. 크루즈 여행을 시작하기 5일전에 다른 동반자들보다 먼저 출발하여 와이너리 투어를 혼자서 먼저 하기로 했다. 로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가야겠다 싶었다. 어디를 가면 좋을까. 로마에서 멀지 않은 곳엔 토스카나가 있었다. 질 좋은 와인들이 많이 생산되는 토스카나 지역. 막연히 슈퍼토스카나 와이너리들을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중 한 와이너리를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다. 아직 국내에 수입한 지 얼마 안 되는 와이너리여서 내게는 약간 생소한 와이너리인데다 슈퍼 토스카나가 아닌 끼안티 클라시코에 있는 와이너리였다. 처음엔 슈퍼 토스카나를 가고 싶었기에 약간 실망감도 들었다.
그러나 와이너리에 대해 알면 알수록 흥미가 더해갔다.
‘끼안티 와인’이름을 처음으로 부여한 와이너리.
토스카나에서 가장 많은 수상을 받은 브랜드.
영국 디캔터지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끼안티 지역에서 가장 인상적인 셀러’라는 평가를 받은 와이너리.
끼안티 클라시코의 역사와 전통을 느껴보다.
끼안티 클라시코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마쩨이 와이너리는 1435년부터 마쩨이 가문이 소유한 와이너리이다. 현재 마쩨이 가문의 모든 일원은 이사회 멤버로 가문의 사업에 동참하고 있으며 회장인 라포 마쩨이(Lapo Mazzei)와 아들인 필리포와 프란치스코가 함께 하고 있다.
끼안티 클라시코로 가는 길은 매우 꼬불꼬불했다. 하지만 경사가 험난하지 않고 완만하면서도 푸근한 풍경이 아주 사랑스러운 지역이었다. 커브가 심한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다 보니 낯익은 모양의 큰 조각물이 나왔다. 바로 키안티 클라시코를 상징하는 수탉 조형물이었다. 그 수탉 조형물을 보고 있자니 아! 내가 정말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 와있구나 싶었다. 수탉 조형물 반대편 언덕 아래에는 폰테루톨리 마쩨이 와이너리가 언덕 아래 포근히 안겨 있는 것이 보였다.
마쩨이는 이미 6백 년 이상 대를 이어 개성진 와인을 생산해내고 있는 가족경영체제의 와이너리이다. 현재 토스카나의 마렘마와 키안티 클라시코, 그리고 시칠리아의 노토 지역 3곳에서 각각 Belgurardo, Castello Di Fonterutoli, Zisola라는 브랜드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폰테루톨리는 키안티 클라시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었다.
나를 픽업하러 온 폰테루톨리의 아시아 매니저 Jacopo는 나를 가장 먼저 포도밭으로 안내하였다.까스텔로 디 폰테루톨리 와이너리의 특징은 포도밭의 다양성에 있다. 5가지의 서로 다른 떼루아 속에서 41가지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가진 토양에서 36가지의 서로 다른 클론의 산지오베제를 분리재배하고 있었다. 각각의 기후와 토질을 엄격히 분석하여 아주 작은 블록과 구획으로 분석하여 분리재배, 분리수확, 분리양조한다. 해발 200미터부터 500미터까지 각기 다른 고도에서 자라나는 서로 다른 클론을 재배하는 세심한 재배방법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바로 폰테루톨리 와인의 퀄리티를 지켜가는 원천이지 않겠는가 싶었다. 가지런하게 잘 정비된 포도밭에서는 햇살을 가득 품은 포도나무의 가지 사이로 꽃망울들이 움트고 있었다.
포도밭을 둘러본 후 우리는 바로 양조장에 도착했다. 여기 양조장은 바로 영국 디캔터지에서 ‘키안티에서 가장 인상적인 셀러’라는 평가를 받은 곳이다. 마치 헬리콥터 착륙장이라도 되는 양 넓은 광장에는 기하학적 문양이 바닥에 새겨져 있다.
이것은 그저 문양으로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확시기에는 그 넓은 광장에서 수확한 포도를 다 모아 선별작업을 거친 후 선별작업이 끝난 모든 포도는 바로 지하로 연결되어있는 각 꼭지점상의 파이프를 통해 지하로 바로 보내진다. 그리하여 수확 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서늘한 온도에서 양조에 투입되어 포도가 산화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게 된다.
3개 층으로 이루어져있는 와인저장고는 전체 셀러의 65%이상이 지하에 위치해 있어 연간 서늘한 온도가 늘 유지될 수 있게 되어있다.
이 곳의 오크통 숙성실에는 특이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벽쪽에서는 암벽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특이한 기암괴석들이 자라나고 있었고 그것들 사이로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벽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에 의해 자연적으로 습도와 온도가 관리되는데 이렇게 설치한 이후로 이렇게 저절로 종유석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종유석들이 많이 자라나는 것은 이 지역의 토양과 물에 풍부한 미네랄이 함유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부한 미네랄은 질 좋은 와인이 생산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이다.
숙성고 옆의 발효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내가 셀러투어를 마치고 올라오기를 기다리던Fillippo씨가 직접 셀러로 내려오셨다. 그와 함께 발효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모든 과정에서 펌프를 사용하지 않고 중력을 이용하여 포도를 이동하여 인공적인 영향을 줄이고 서로 다른 캐릭터의 포도들을 각각 분리하여 양조를 진행한다 .또한 pumping over를 하지 않고 punching down만 한다(일반적으로 레드와인의 짙은 색과 아로마를 얻기 위해 pumping over를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진한 레드 칼라와 과실 아로마를 선호하지만 소비자의 기호에 영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맑고 영롱한 빛깔과 은은한 아로마를 끌어낸다. 미국산 오크통과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하며 숙성기간은 와인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10개월에서 최장 24개월까지 진행한 후 병입 전 콘크리트 숙성과정을 다시 한번 거친다.
콘크리트조에서의 숙성은 오크통 숙성과는 달리 숙성조가 와인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으므로 와인이 안정화되고 편안하게 밸런스를 맞춰가도록 하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콘크리트 숙성조를 갖추는 와이너리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렇게 안정화 작업을 거친 와인은 보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탄닌과 밸런스 좋은 바디감을 갖춘 와인으로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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