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티지(Meritage) 와인
메리티지(Meritage) 와인
이태리에 슈퍼 투스칸이 있다면 미국에는 메리티지(Meritage) 와인이 있다. 1980년대에 미국의 일부 양조자들이 모여 보르도 전통 스타일로 블렌딩한 와인의 카테고리를 만들기 위해서 국제적인 응모를 받았다. 약 6,000여 개의 응모작 중에서 Meritage라는 이름을 선택했는데, 이 이름은 포도의 품질을 반영하는 Merit와 수세기에 걸친 블렌딩의 전통을 인정하는 Heritage를 조합해서 만든 것이다. 발음은 Heritage의 경우처럼 메리티지로 하기로 정해졌다.
1988년에 마침내 ‘The Meritage Association’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The Meritage Alliance’로 불린다. 이 단체는 전통적인 보르도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든 수공예적인 와인을 프로모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신세계에서는 한 품종을 75% 이상 사용한 경우에 이 품종의 이름을 와인이름으로 정해왔다. 그러나 Meritage Alliance는 양조가의 최고의 예술인 블렌딩을 한 경우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Meritage라는 새로운 품질 카테고리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일반적인 table wine과 구별하고 있다.
메리티지 와인이 되기 위해서는 레드 와인의 경우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 메를로, 말벡, 쁘띠 베르도, 그로 베르도(Gros Verdot), 까르미네르, 상 마테아(St. Macaire) 중에서 최소한 두 개 이상의 품종을 사용해야 하고, 한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이면 안 된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에는 소비뇽 블랑, 세미용, 뮈스카델 중에서 최소한 두 개의 품종을 사용해야 하고 한 품종의 비율이 90%를 넘으면 안 된다. Meritage Alliance의 멤버만 메리티지 와인이라는 표기를 할 수 있고 메리티지 와인은 한 빈티지의 최고 와인이어야 한다. Meritage Alliance의 멤버 중에는 메리티지 와인의 자격을 갖춘 경우에도 메리티지 와인이라는 표기와 병행해서 혹은 메리티지 와인이라는 표기 없이 다른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Meritage Alliance의 멤버는 주로 캘리포니아의 와인생산자이지만 미국의 다른 주, 예를 들면 오레곤이나 워싱턴의 와인생산자들도 다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캐나다, 멕시코 등의 다른 국가에서도 이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된 경우가 극소수 있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메리티지 와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캘리포니아의 세인트 헬레나(St. Helena)에 있는 노바 와인즈(Nova Wines)가 생산하는 마릴린 메리티지(Marilyn Meritage) 와인이다. 마릴린 와인의 역사는 1981년 나파 벨리의 세인트 헬레나 지역의 조용한 마을에 사는 몇몇의 친구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단지 그들이 이렇게 유명하고 아름다운 와인 생산지에서 지내고 있음을 축하하기 위해 집에서 소량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마릴린을 와인 이름으로 쓰게 된 것은 1983년 어느 날 저녁이었다. 자신들의 와인을 마시던 중 마릴린 먼로의 팬이었던 설립자 중 한 명이 할리우드 스타의 이름을 나열하던 중 마릴린 멀롯(Marilyn Merlot)이라는 이름을 쓰자는 제안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1985년 마릴린 멀롯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꾸준히 비평가, 콜렉터,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아 현재는 마릴린 멀롯에서부터 마릴린 까베르네, 노마 진, 벨벳 컬렉션, 마릴린 블론드 드 누아, 마릴린 레드 드레스, 마릴린 소비뇽 블론드, 그리고 마릴린 메리티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인지의 와인으로 확장되어갔다.
마릴린 메리티지는 2010년에 처음 론칭되었고 이후 2012년과 2014년 빈티지가 뒤를 이었다. 매번 라벨에 사용되는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가 다르다. 2011년과 2013년에 마릴린 메리티지를 출시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와인의 퀄리티를 생산자가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빈티지에 해당하는 2014년 빈티지에는 샘 쇼(Sam Shaw)가 촬영한 사진이 사용되었는데, 1953년에 개봉한 영화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How to Marry a Millionaire)”을 위해 촬영되었다. 윌리엄 트라빌라(William Travilla)가 당시 영화에서 먼로의 코디였다. 그는 먼로를 잘 이해하고 그녀에게 잘 맞는 최고의 옷을 입혀주었다. 사진에서는 트라빌라가 만들어준 그 유명한 사틴 달리아(Satin Dahlia)를 입고 있다.
메를로 62%, 까베르네 소비뇽 29%, 까베르네 프랑 6%, 쁘띠 베르도 3%를 블렌딩한 마릴린 메리티지 2014는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마시기에도 손색이 없다. 와인 병을 오픈하고 약 15분이 지나면 복합적인 향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블랙 베리, 체리, 자두, 스파이스, 그리고 earthy한 향이 두드러지고, 입에서는 묵직하면서도 Jammy하지 않은 질감이 느껴지고, 드라이한 와인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입술처럼 감미로운 맛이 부드럽게 목을 넘어간다. 이때 농익은 자두 맛이 입안 가득 느껴지며 폭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긴 피니시로 이어진다.
아시아와인트로피(Asia Wine Trophy) 2017과 San Francisco Chronicle Wine Competition 2017에서 각각 금상을 수상한 마릴린 메리티지 2014는 이러한 수상경력뿐만 아니라 최근 마릴린 먼로가 독서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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