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추천하고 싶은 와인들(1) – 스파클링, 화이트, 로제
금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내게도 많은 시련이 있었다. 지난 여러 해 동안 한 해의 3~4/5개월을 와인행사에 참가하며 해외에서 보냈는데 금년의 해외출장은 연초에 독일과 몰도바를 다녀온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와인행사와 사적인 모임이 예년에 비해서 적어서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줄었다. 금년에 내가 시음해본 국내에 수입된 와인들 중에서 다음의 와인들을 연말에 마셔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나의 선택은 와인의 국내에서의 지명도와 무관하며 내가 추구하는 와인의 다양성과 개인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
상크트 라우렌티우스 슈페트부르군더 로제 브륏(St. Laurentius Spätburgunder Rosé Brut) 2018
독일은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의 스파클링 와인 생산국이다. 스파클링 와인의 소비에 있어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미국이 뒤를 잇는다. 국내에 수입된 독일 스파클링 와인인 젝트(Sekt) 중에서는 헨켈(Henkell)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우수한 독일 젝트 생산자인 모젤의 SMW와 St. Laurentius를 마셔봐야 독일 젝트의 진가를 알 수 있다. 특히 St Laurentius는 벌써 10년 넘게 독일 대통령궁에 납품하는 모젤의 젝트 생산자이며 금년 10월에 독일농수산협회(DLG)로부터 독일 최고의 Sekt Brut 생산자로 선정되었다. “Beste Kollektion Sekt Brut”이 이 상의 이름이다. St. Laurentius의 젝트 3종이 국내에 수입되어 있는데 나의 주천은 슈페트부르군더(피노 누아의 독일어식 표기)로 만든 Rosé Brut이다.
부드러운 연어의 칼라에 딸기, 라즈베리, 고급스러운 브리오슈, 은은한 이스트 향이 두드러지고 섬세하면서도 힘찬 기포와 크리미한 입안에서의 느낌이 매력적이다.
화이트 와인
카르페 디엠 팜므 파탈(Carpe Diem Femme Fatale) 2018
동유럽의 와인 강국 몰도바의 와인 생산자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와인맨 이온 루카(Ion Luca)가 만든 와인. 몰도바 대표적인 토착 화이트 품종인 페테아스카 알바(Feteasca Alba)와 페테아스카 레갈라(Feteasca Regala)를 각각 50% 블렌딩한 와인이다. 사과, 배, 화이트 꽃 향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사과, 복숭아, 흰 꽃의 풍미가 입에서 느껴진다. 입안에서의 질감과 바삭바삭한 산도가 유쾌하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생산자의) 이름과 활짝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레이블이 연말에 특히 잘 어울린다. ‘치명적인 여자’라는 뜻을 가진 팜므 파탈이라는 와인 이름이 특이하다. 와인의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흥미를 더해준다.
로제 와인
칼루사리 피노 그리지오 로제(Calusari Pinot Grigio Rosé) 2018
루마니아에서 가장 수출을 많이 하는 와인 생산자 크라멜레 레카스(Cramele Recas)가 피노 그리지오로 만든 로제 와인은 일종의 히든 카드다. 딸기, 복숭아, 아몬드 꽃의 향이 매력적이고 딸기, 사과, 서양배를 입에 머금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와인은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로제 와인이다.
지난 11월 17일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열린 The Discovery of Daejeon에서 출품된 10종의 로제와인 중에서 프로방스의 로제 와인 4종에 이어 5위에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SPC 그룹의 수석 소믈리에인 안중민 소믈리에가 90점을 주었다. 몰도바 와인과 루마니아의 크라멜레 레카스 및 부두레아스카(Budureasca) 와인은 국내에서 동유럽 와인의 인기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와인의 매력은 와인이 선사하는 감각적인 즐거움과 와인의 다양성에 있다. 독일의 젝트, 동유럽의 와인들을 연말에 접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망년회를 마음껏 즐길 수 없겠지만 새로운 와인의 발견을 통해 우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보면 어떨까 싶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University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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